여행용 심 구매 시 로컬망을 잡는 3가지 방법

400만원짜리 카카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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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지옥가는 버튼의 창시자들답게 로밍요금제와 eSIM이 출시되기 전까지 국내 통신사들의 로밍 요금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별도 요금제에 가입을 안 하면 0.5KB 당 0.275원이 부과되지만, 보통 하루 1만원 선에서 더 과금되지 않도록 자동적으로 조치가 취해지긴 한다. 그래서 해외 현지 심을 구매하기도 하였으나, 아무래도 물리 심인 관계로 물리 듀얼심 휴대폰이 아닌 이상 하나의 심만 장착할 수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22년 9월 1일부터 eSIM이 전면적으로 국내에 도입되면서1 갤럭시는 내수용 모델에서도 S23 이후 기종부터, 아이폰은 원래 그랬으니 XR 이후 기종부터 지원하게 됐다. 사실 eSIM은 물리 심을 사용할 때 생기는 불편을 해소할 목적이 더 큰데, 아무튼 해외여행 시 물리 심을 사던 것을 어느 정도는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왜 점점 늘어나나요?
왜 점점 늘어나나요?

물론 여기서 끝난다면 해피엔딩이겠으나, 일부 양심을 팔아먹은 업체들이 교묘한 말장난으로 고객을 속여 인터넷 연결은 물론 문제없이 되지만 어딘가 꼬롬한 심을 팔아먹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많은 사례가 바로 로컬망과 로밍망이다.

로컬망과 로밍망의 차이

특징로컬망로밍망
속도빠름보통/느림
가격싼 편은 아님저렴한 편임
연결 중개자없음있음
데이터/시간 추가대부분 불가능대부분 가능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이 심을 산다고 가정하자. 당연히 국내 통신사 망 (SKT, KT, LG U+)에 직통으로 연결되기를 바라지, 중간에 뭔가를 끼고 연결되기를 바라고 심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자가 로컬망이고, 후자가 로밍망이다.

뭔가 어디서 본 거 같은 개념이라면.. 맞다. 로밍망은 우리가 한국에서 쓰던 심과 휴대폰을 그대로 들고 나가면 현지 망에 붙는 그 절차와 똑같다. 가입자 정보는 한국에 있지 현지 통신사에 없는데, 통신사끼리 제휴를 맺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것이다.

중간에 뭔가를 끼고 연결을 하게 된다면 첫 번째로 속도가 느려진다. 내가 써봤을 땐 그렇지 않았는데? 라고 해도 기술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부산 바로 들르는 거랑, 중간에 대전을 필수적으로 거치고 들르는 거랑 상식적으로 어느 방법이 더 빠르겠는가? 로밍은 로컬보다 절대로 빠를 수 없다.

두 번째로, 로밍망의 경우에는 중간에 누군가가 낀다는 특성 상 보안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종의 VPN과 같은 원리이니만큼 VPN 서버 제공자 (로밍망 통신 중개업체)를 믿어야 보안 걱정 없이 안전한 연결이 가능한데.. 로밍망에서 연결 중개자는 대부분 차이나모바일이며,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기업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음은 자명하리라.

그러나 세 번째로, 로밍망은 일단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아무래도 박리다매 전략 때문인 게 크다. 일 2GB 데이터를 제공하며 3일 동안 사용 가능한 상품을 예로 들면, 로밍망이 8000원, 로컬망이 9200원으로 천 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난다.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네 번째로, 로밍망은 데이터 충전이나 시간 추가 등의 서비스가 사용 가능한 경우가 많다. 내가 그 날 제공된 데이터 제공량을 다 썼다 하면 임시로, 또는 아예 일별로 추가할 수도 있고, 며칠 더 체류해야겠다 싶으면 사용 가능 시간을 추가할 수도 있다. 모든 로밍망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물론 반대라고 해서 무조건 이런 서비스가 불가한 건 또 아니다.

로컬망 구분하기 #1 — 시간

로컬망이지만 eSIM 리셋 시간은 1시..?
로컬망이지만 eSIM 리셋 시간은 1시..?

아무튼 그래서, 구분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시간이 있다. 긴 설명이 필요없이, 로컬망은 무조건 현지 시간 기준 0시에 갱신된다. 이게 아니면 100% 로밍망이다. 유일하게 100% 구분이 가능한 방법이다.

위 상품을 예로 들어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매일” 3GB의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리셋이 되려면 0시에 되어야 할 것이다.2 일본은 한국과 같은 GMT +9 시간대를 사용하므로 한국에서의 자정은 당연히 일본에서도 자정이다. 그런데 왜 저 상품은 0시가 아니라 1시에 갱신이 될까?

정답은 주로 로밍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이나모바일이 중국 기업이고, 중국은 한국, 일본과 달리 GMT +8 시간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럼 중국의 0시는 한국, 일본의 1시이므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하술하겠지만 데이터 로밍을 꺼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APN이 실제 일본 현지 통신사의 것과 동일하다고 해도, 제발 믿어달라고 해도, 리셋 시간이 현지 시간 0시가 아니면 무조건 로밍망이다.

로컬망 구분하기 #2 — 통신사 개수

그런가요?
그런가요?

여기서부터는 밑에 설명하는 조건이 ‘참’이면 무조건 로컬망이 아니지만, 거짓이라고 해도 로컬망이라는 보장은 없는 방법이다. 아무튼, 연결하는 통신사가 단일 통신사가 아니면 무조건 로밍망이다. 로컬망은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KDDI(au) 중 한 개만 지원한다.

한국에서 어떤 요금제를 개통했다고 치자. 그 요금제로는 SKT, KT, LG U+ 중 한 가지 통신사만 사용할 수 있다. 한 개의 요금제로 두 가지 이상의 통신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 세 통신사는 모두 다른 회사이고, 가입자 데이터를 공유하지도 않는다. 일본도 똑같고, 소프트뱅크와 KDDI(au)는 다른 회사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하면, 당연히 중간에 낀 누군가가 상황에 따라 통신사 망을 바꿔서 연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성은 보장할 수 있어도, 속도는 로컬망 대비 빠를 수가 없다.

로컬망 구분하기 #3 — 데이터 로밍

데이터 로밍을 켜세요
데이터 로밍을 켜세요

eSIM을 구매하면 사용 가이드를 보통 같이 준다. 여기서 현지 사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로밍”을 켜라는 문구가 있다면 로밍망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왜 100%가 아니냐면, 업체들이 귀찮아서 그냥 모든 심에 일괄적으로 저런 가이드를 박아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밍을 켜놔야만 사용이 된다면 역시 100% 로밍망이다.

다만 로밍을 꺼놔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무조건 로컬망인 것은 또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중간에 몇 단계를 거치든 “어쨌든 현지 통신사로 나가니까 로컬망이잖아?”를 시전하는 업체들이 있어서 그렇다. 얘네는 실제로 데이터 로밍 꺼놔도 사용이 되고, 진짜 현지 통신사 망 그대로인 것처럼 동작한다. 타율 100%인 구분법은 기준 시간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그 외 잡다한 팁들

환불이... 안 돼요
환불이… 안 돼요

정말 99%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 심은 한 번 구매하면 환불이 안 된다. 특히 eSIM은 더욱 그렇다. “아니, 국내랑 달리 eSIM 등록은 사용자별로 코드가 따로 있는데 그냥 그거 취소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판매 업체에 그런 거 취소 및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때의 얘기다.

내가 게임사로부터 어떤 아이템을 대량으로 싸게 사와서 되판다고 가정했을 때, 게임사가 나한테 그 아이템들을 단순히 내가 리셀한다는 이유만으로 구매자로부터 회수할 권한까지는 보통 안 준다. 국내 판매 업체들도 같은 맥락으로, 어디서 대량으로 싸게 떼와서 그냥 리셀하는 것일 뿐 실제로 코드를 발급하고 취소하고 이럴 권한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그러려면 좀 더 세밀하게 제휴를 맺고 권한을 일부 넘겨받아서 해야 할텐데, 이는 자연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eSIM 하나 구매하는 데 3만원씩 쓰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효 기간을 잘 확인합시다
유효 기간을 잘 확인합시다

심을 구매할 때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쓸 수 있는지, 즉 유효 기간을 철저하게 잘 따져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지 시간 0시 리셋인지, 사용 시점부터 24시간마다 1일이 차감되는 방식인지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으면 현지에서 만료되는 대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데이터 용량도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하다. 여행 가면 거의 무조건 구글 맵을 들여다보고, 리뷰를 보고, 커뮤니티를 보고 할 텐데 구글 맵이 생각 외로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는다. 2GB로 했다가 다 쓰기라도 하면 그날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속도로 연명해야 한다. 어차피 가격이 얼마 차이도 안 나기 때문에 화끈하게 일 5GB 박고 가면 남아돌아서 후회할수는 있어도 부족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1. 9월부터 e심 첫 도입···“2025년엔 세계 스마트폰 3대 중 1대가 e심”
  2. 대한민국 민법 제157조에 따라 “오늘까지”라 함은 오늘 23시 59분 59초까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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