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화요일 밤 10시였다.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백준 제출용 코드를 짜고 있었다.
알고리즘이라는 걸 파고들기 위해 얼마나 더 이 짓을 해야 하나 좀 자괴감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4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짠 코드를 제출하기 위해 싱글벙글 바탕화면으로 나왔다. 그게 밤 10시 45~50분 정도였다.
그런데 바탕화면에 나오자마자 방해 금지 모드를 켜서 안 울렸던 알림들이 쌓여있는 게 보였다. 디스코드에서 10개, 카카오톡은 아예 99개가 넘는 알림이 쌓여있었다.
카카오톡은 중요한 채팅방이 아니면 애초에 알림을 꺼놓기도 했고, 그게 아니어도 평소에 알림이 이렇게 올 일은 별로 없어서 뭔가 빅 이벤트라도 생겼나 하고 알림을 확인해봤다.
빅 이벤트가 맞긴 했는데, 마주한 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는 황당한 소식이었다.

농담하는 건 줄 알았다. 지금은 2024년이지 1980년대 군사 정권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털 사이트 뉴스를 확인해보니 진짜더라.

계엄령이 선포된 지 불과 한 시간 이후에 국회의사당에는 무장한 707특임단이 들이닥쳤다. 꿈을 꾸는 건 줄 알았다. 2024년에 군대가 국회에 들이닥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조금만 삐끗했어도 국회에 의원들이 모여서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당장 총을 들이미는 사람 앞에서 법을 운운하는 건 그게 설령 헌법이라고 해도 딱히 쓸모가 없으니까.
정말로 다행히 1980년대로 리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12월 4일 오전 1시 경 3시간도 안 돼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재적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러나 웬 정신병자에 의해 21세기에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는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 계엄은 일단 안 그래도 가라앉고 있던 경제에 직격탄을 때려박았다. 달러화는 1450원을 넘보다 간신히 10원대로 내려갔고, 엔화는 960원까지 폭등했다가 지금도 제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다.
환율이 상승한 이유는 당연히 달러, 엔화의 약세가 아니라, 기축통화도 아닌 원화가 쓰레기가 되고 있어서이다.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원화 가치 복구한다고 151조 원을 썼다는데 참 한국은행 총재가 오열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왜” 선포했는지는 그 정신병자 본인 말고 아무도 모르고, 한 달 방문자 수가 100명도 안 되는 극히 조그마한 블로그에서 굳이 정치 얘기를 하는 것도 득이 없다. 그렇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이런 정신병자가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의 5년제 관리자라는 게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생각이라는 게 많아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