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J의 시간이 왔다. 클룩에서 인당 거의 27만원씩 쓰고 입장권 + 익스프레스 패스를 이미 구매했기 때문에 교토와 고베 히메지를 2일만에 다 돌아보는 미친 일정을 소화한 후 후회가 몰려왔으나 환불도 안 되고, 결국 입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 번도 안 가봤기 때문에 가볼 가치는 충분했고, 실제로도 재미있었으나 두 번은 가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법한 장소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사람, 많은 사람, 더 많은 사람

일본에는 타고 있던 전철의 노선이 갑자기 바뀔 수 있다. 내가 분명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탔는데 내려보니 서울 지하철 4호선이더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본에서는 실제로 일어난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일본의 철도 민영화로 인한 괴랄한 노선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래서 오사카 순환선에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집어넣고 (얘는 JR서일본 관할이기 때문에 패스가 적용된다.) 타다 보니 어느새 JR 유메사키선으로 바뀌고는 유니버셜시티에 도착했다.
과정이 별 거 없이 짧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쿠라지마 역에서부터 수많은 인파가 전철로 몰려들었다. 장난 안 치고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전철에서 경고 방송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출근길 서울 지하철에 준하는 인파를 경험하며 2개 역을 더 가니 유니버셜시티 역이 나왔다.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보안검색대 통과하고, 입장하는 데 거의 20분 정도 걸렸다. 그날은 토요일도 일요일도 공휴일도 아니고, 그냥 목요일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인파가 모였다.
오전 어트랙션 즐기기
닌텐도 월드

이때가 10시 정도로 아직 점심시간도 안 됐는데 닌텐도 월드 앞에 수많은 인파가 있었다. 닌텐도 월드는 일반 입장권만으로 들어갈 수 없고 확약권을 따로 받거나 익스프레스 패스를 사야 하는데, 확약권을 원하는 시간대에 받기 위해서는 USJ 자체를 오픈런해야 한다.
물론 나는 입장권을 포함해서 익스프레스 패스까지 27만원이나 썼기 때문에 패스를 보여주고 닌텐도 월드로 들어갔다. 참으로 무서운 자본주의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같이 온 친구 한 명이 시기를 놓쳐 다른 시간의 패스를 예매하는 바람에, 닌텐도 월드에는 3명이서 왔으나 2명/1명으로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내부로 들어가니 순간 과장 안 섞고 내가 마리오월드에 들어왔나 싶은 광경이 펼쳐졌다. 점프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마리오 카트

닌텐도 월드에서 첫 번째로 탄 어트랙션은 마리오 카트였는데, 대기시간이 거의 100분을 넘어갔다. 물론 이건 일반 대기열이고, 익스프레스 패스를 사용해서 안까지 쭉쭉 들어갈 수 있었다.
QR코드가 패스에 분명히 있었는데 닌텐도 월드 입구에서 안 찍길래 조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잠깐 걱정을 했지만 곧 직원이 와서 QR코드를 스캔했다.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조작했으면 진작 찢어지지 않았을까?

게임 설명은 대충.. 입장할 때 나눠주는 고글 쓴 다음에 핸들 잡고 돌리라는 방향으로 잘 돌리면서 적한테는 녹색 거북이 쏴주고, 코인 잘 먹으면 된다. 적을 조준하려면 실제로 내가 보는 방향을 그쪽으로 하면 되는데 쉽지가 않다. 어떻게 인당 목표인 100코인 채집은 성공했는데 휙휙 고개를 돌려야 해서 살짝 어지러웠던 것 같다.
요시 어드벤처

매우 유감스럽게도 요시 어드벤처에 대해서는 익스프레스 패스가 없었으므로.. 115분 정도를 기다렸다. 보조배터리에 의존하고 있다가 때리면 불이 들어오는 블록이 하나 있어서 사진 빨리 찍고 빠졌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성인보다는 미성년자, 그 중에서도 거의 초등학생 위주로 대기열이 있었다. 뭔가 성인이 볼 그런 거는 아닌 거 같았으나 줄이 아까워서 계속 기다렸고, 그 결과는…

내 나이가 지금의 1/2 정도 됐다면 아마 재밌게 구경했을 것 같다. 그래도 닌텐도 월드가 한 눈에 내려다보여서 이동하는 전망대 느낌으로 잘 보긴 했다.
점심

놀랍게도 이거 개당 1850엔 ~ 2000엔쯤 한다. 그렇다고 USJ를 나갔다 다시 들어올 수도 없고, 추억이라고 생각하면서 먹었다. 맛은 확실히 괜찮다. 양이 가격에 비해 너무 적어서 문제지..
오후 어트랙션 즐기기
쥬라기 공원 더 라이드

25미터에서 거의 수직낙하하는 와중에 사진을 찍을 수는 없으므로 대기열밖에 못 찍었다. 이것도 패스가 없어서 꽤 기다려야 했지만 기대한 보람이 있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감정은 공포고, 가장 오래된 공포는 미지로부터 오는 공포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이 어트랙션을 타본 적이 없어서 25미터 수직낙하한다는 정보만 알았지 ‘어디에서’ 수직낙하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으므로, 벌벌 떨다가 마지막 파트가 수직낙하 지점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눈이 질끈 감긴 후였다.
미니언 메이헴

왜인지 몰라도 바나나가 먹고 싶어지는 어트랙션이었다. 슈퍼배드 (Despicable Me) 안 봤으면 이해하기 힘든데, 이것도 약간 4DX 체험 류 + 애한테 더 적합하다. 이리저리 흔들려서 멀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죠스
이상하게 일행 중 누구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남기질 않아서 첨부할 수가 없다. 직원이 연기를 정말 잘 하는데, 일본어를 몰라서 디테일은 다 놓치고 대충 뉘앙스로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최소 시급 100달러짜리 연기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연출도 신경을 많이 써서 분명히 물인데 불 (CG 말고)이 퍼져나가는 광경을 봤다. 기름을 뿌린 거라 가까이 갔을 때 휘발유 냄새가 확 나긴 했다. 얘도 물이 좀 튄다는데 나는 안 맞긴 했다.
해리포터

여기가 그 어디더라.. 아무튼 해리포터 세계관에 나온 건물들 그대로 빼다 박아놓은 것 같은 테마파크다.

솔직히 놀랍다. 놀랍다는 말밖에는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이 뒤로는 사진 촬영이 좀 제한된 환경이어서 어트랙션 (해리 포터: 더 포비든 저니)을 타는 도중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는데, 기구 자체가 상 하 좌 우로 막 흔들려서 멀미하기가 매우 쉽다. 거기다 운행 중에 뭔가 알 수 없는 사유로 불이 다 꺼지고 기구가 멈춰버려서 이것도 어트랙션의 일부인가? 생각하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마 영어로도 사유 포함해서 방송을 해줬을텐데 Sorry for inconvenience밖에 안 들렸다.
영어 듣기 능력을 좀 많이 키워야겠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어트랙션을 다 타고 나오니 아까 사고로 중단된 거 때문인지 스태프가 한 번 더 탈 거냐고 물어보는데 음.. 먹은 거 쏟을 거 같아서 거절하고 나왔다. 멀미 증상이 좀 심했다.
저녁

익스프레스 패스를 다 썼기도 하고 저녁 시간이어서 아부리야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무한리필이 인당 6300엔 정도 했는데 저기 사진에 나온 걸로만 이미 그 금액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매우 잘 먹었다.
결산

걸어다닌 거리: 17km (약 26,800걸음)

사용한 돈: 8822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