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비행기는 한국에서 무사히 떠서 간사이 국제공항에 정상적으로 착륙했다.

비행기가 일본 영공에 진입하고 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구역으로 내려오니 바로 자동로밍이 되면서 외교부 안내문자가 날아왔다.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리면 모노레일을 타고 입국심사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인데, 입국심사 줄에는 사람이 매우 많았고, 체감상 거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인 것 같았다. 다행히 입국심사관이 뭔가를 캐묻진 않고 여권만 스캔하고 지문 찍고 보내줬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차편이 얼마 남지 않은 하루카 열차를 이용하러 미친 듯이 뛰었다. 거의 출발 5분 전 즈음에 도착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짐을 싣고 자리에 앉았다.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으나 야간인 관계로 보이는 것도 별로 없고, 창문에 휴대폰이 자꾸 반사돼 보여서 안타깝게도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먼저 도착해있던 친구가 사온 것들로 야식을 먹었다. 근처에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동네 마트가 있어서 거기서 사왔다는데, 당일 못 팔면 그대로 버려야 돼서 마감세일하는 해산물을 많이 가져와서 많이 먹었다. 배부르고, 등따시고, 피곤했기 때문에 그날의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교토 여행
오사카에 숙소를 잡았지만 제일 처음으로 간 곳은 교토였다.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어쨌든간에 돈이 안 드는 방법을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간사이 와이드 패스 교환
간사이 와이드 패스는 지정된 장소에서 교환할 수 있는데, 기계가 자꾸 안 먹어서 창구로 갔다. 어설픈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섞어서 상황을 설명하니 역무원이 나와서 기계로 안내해줬는데.. 아까 시도하던 기계에선 바로 안 보이는 구석진 자리에 교환까지 되는 기계가 있었다.

여권 스캔하고 바우처를 찍으면 이렇게 뿅 하고 튀어나온다. 잃어버리면 문자 그대로 좆되는 10만원짜리 종이이니만큼 소중하게 간직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몇번 쓴 후의 티켓이라서 살짝 걸레짝이 된 것으로 실제로는 붉은 글씨 없는 깨끗한 종이가 나온다.
이 티켓을 어디에 넣냐? 하면.. 사진은 안타깝게도 없으나 개찰구에 가보면 간사이 지역 기준으로 누가 봐도 종이가 들어갈 거 같이 생긴 노란색 투입면이 따로 있는 개찰구가 있다. 거기에 들어갈 때 집어넣고, 나올 때 집어넣으면 된다. 오류가 생기면 개찰구마다 역무원이 있으니 물어보면 된다.
주의 사항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는 신오사카 — 오카야마 구간의 산요 신칸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오사카 — 교토 구간의 신칸센은 산요 신칸센이 아니라 도카이도 신칸센이다. 무작정 오사카에서 패스 집어넣고 신칸센 탄 다음 교토역에서 패스 꽂고 나가려고 하면 기계가 사방팔방 경보음을 울려댈 것이고, 그 구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오사카에서 교토를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신칸센 말고 쾌속이나 신쾌속 타면 된다. 그런데 또 신쾌속의 A-SEAT는 이용할 수 없다. 모르겠으면 구글 지도를 켜보자.
후시미이나리 신사

“이나리 신사”라고 함은, 이나리 신을 모시는 신사다. 일본 전국에 3만 개가 넘는 이나리 신사가 있는데 여기가 본사다. 정확하게 대응하는 비유는 아니겠으나 성당과 로마 교황청 정도의 관계이지 않을까?

신사에는 수많은 토리이가 있는데 올라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이 신사는 다 보려면 거의 등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등산을 해볼까 싶었으나 다른 곳도 가봐야 해서 중턱까지만 올라가고 말았다.

신사에서 내려가다 보니 다른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은 동아시아권이라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C언어가 많이 들렸다. 여행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계속 들렸다.
기요미즈데라 (청수사)

후시마이나리 역에서 기요미즈고조 역으로 전철을 타고 이동한 후 기요미즈데라 (청수사)를 봤다. 경치는 좋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에는 다소 힘이 들었다.
점심

점심은 여기서 먹었다. 회 + 오차즈케 조합이었는데 맛있어서 놀랐다. 교토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해당되는 얘기지만 음식점은 보통 카드를 안 받는다. 현금을 넉넉하게 챙겨가야 할 필요가 있다.
텐류지

다음으로는 텐류지에 갔다. 날씨가 다행히 맑아서 큰 걱정 없이 절을 둘러볼 수 있었다. 도쿄 이전에 수백 년 동안 교토가 수도였어서 그런지 절을 유독 많이 봤다.

대나무숲이다. 별건 없고 대나무가 생각보다 쑥쑥 사라는 식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도게츠교

사진엔 없는데 물 위에 오리떼가 떠다니고 있었다. 강물이라기보다는 뭔가 저수지같아보이긴 했는데 가쓰라강이 흐르는 곳이라 강물 맞다.
우메다 공중정원



우메다 전경을 한 눈에..까지는 아니고 아무튼 꽤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저기 하늘에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보이는데, 근처에 있는 이타미 공항 (IATA 코드 ITM)으로 날아가는 일본항공 국내선이다.

나는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코난이랑 짱구가 전부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러브라이브 극장판 포스터 배경이 우메다 공중정원이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까 똑같긴 하다.
저녁

저녁으로는 의외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먹은 라멘을 먹었다. 차슈 라멘인데 나중에 매운 양념을 좀 많이 박아넣어서 신라면보다 1.2배 정도 더 매운 라멘이 됐다.
일본에 가면 가장 큰 식문화 변화가 매운 걸 찾기가 힘들고 염분이 높아진다는 건데, 후자는 원체 별 상관이 없었으나 전자가 좀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다.
헵파이브 관람열차
할 것도 별로 없어져서 헵파이브에 들렸다가 관람열차를 타봤다. 같이 간 친구가 헤르타 우주정거장 생각하고 휴대폰으로 우주 유영을 틀어뒀는데 의외로 잘 맞았다.
결산

걸어다닌 거리: 21km (약 33,700걸음)

사용한 돈: 교통비 1250엔 + 기타 6640엔 = 7890엔